[조선일보]마인드맵 그려보니, 생각나무가 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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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073회 작성일 07-05-31 10:4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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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의 주제는 ‘컴퓨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입니다. 마인드맵으로 정리해보세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월계중학교 1학년 4반의 컴퓨터 수업시간. 황장근 교사(53세)가 말을 마치자 새내기 중학생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졌다. 이날 수업은 그동안 배운 마인드맵(Mind Map) 프로그램을 이용해 각자 교과 내용을 정리해보는 시간. 학생들은 한참 동안 교과서를 들여다보더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일부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잠시 후 아이들 모니터 위로 나뭇가지 모양의 맵(map)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인터넷 중독, 개인정보 유출, VDT증후군 등 핵심어들이 맵 형태로 한눈에 들어왔다.“완성한 사람은 선생님 PC에 파일을 저장하세요.”
- ▲“마인드맵 때문에 수업시간이 후다닥 가요~.”월계중학교 1학년 4반 학생들과 황장근 교사. /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아이들은 수업을 꽤 즐거워했다. 교사 황씨는 “마인드맵을 컴퓨터로 하니 아이들이 쉽게 재미를 붙인다”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1970년대 영국의 심리학자 토니 부잔이 개발한 필기법 마인드맵이 최근 들어 다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교육적 효과’에 기인한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인드맵은 주제를 중심에 두고 떠오르는 생각을 나뭇가지를 연결하듯 중심에서 방사형으로 펼쳐나가는 방식이다.
맵을 그리기 위해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마인드맵은 ‘자기주도적 학습법’으로 평가받는다. 교사의 판서를 그대로 옮겨 적는 평면적인 필기법에 비해 사고의 양이 많아지고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창의적이고 시각적인 사고와 업무를 도와주는 도구”라며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격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분당 정자동의 조영한(38)씨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자녀들에게 마인드맵을 적극 권유했다. 조씨는 “남이 요리해준 걸 먹는 것보다는 스스로 요리하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예찬이의 경우 공부도 잘 안하고 책도 읽지 않았는데, 마인드맵을 사용하면서 독서와 논술을 좋아하게 되었죠. 요즘엔 TV도 잘 안 봅니다.” 예찬이는 “마인드맵으로 독후감을 쓰면서 표현력이 좋아지고, 상상력이 풍부해져 이야기에 살을 보태는 능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분당중학교 2학년인 딸 은혜 역시 마인드맵 덕분에 학교 성적이 많이 올랐다.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성적이 떨어지니까 불안하다며 학원 보내달라고 울고 떼도 썼죠. 이제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자신감도 찾고 공부실력도 좋아졌습니다.” 조씨는 “맵 형태로 정리하면 개념을 이해하거나 반복해 외우기 좋으므로 수학과 영어 공부에도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김연주 기자
2007.05.13